결말까지 싹 누설해 버렸습니다. 안본 사람은 뒤로 가세요
화제의 영화가 개봉 했습니다.
서브컬쳐 매니아들에게는 일어날수도 없을 일이 벌어진 영화죠.
제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그렇고, 보게 된 이유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주 열광하며 극에 몰입하고 만족스럽게 극장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화려한 볼거리, 추억의 미디어 매체들, 나쁘지 않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내용에 몰입을 못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퀘스트를 깨는 부분이 너무 심심하다, 당위성이나 감정전달이 안된다 등등 생각보다 많은 편입니다.
저는 각본에 몰입하며 봤는데, 왜 누군가는 그렇지 못했을까요? 단순히 샤이닝 본것과 안본것의 차이일까요?
그저 킹콩과 건담과 가네다 바이크가 날아다니니 내용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관대하게 평해버린 제가 문제 일까요?
그냥 향수만으로 칭찬을 할거같았다면 저는 '픽셀'도 좋아해야 마땅할텐데요.
이 영화는 정말 잘만든 가상의 게임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사회 시스템은 붕괴된듯 하고 온 세계가 '오아시스' 에 빠져 살아갑니다.
총괄개발자가 죽기전에 남긴 유언으로 이스터에그를 찾으면 오아시스 통제권과 모든 주식을 넘기겠다는 패치(?)를 하고 가서
온 세상사람들이 이스터에그를 찾기위해 클랜을 만들거나 독고다이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중이지요.

우리의 주인공 웨이드, 아이디 '퍼시발' 역시 흔한 게이머중 한명입니다.
허나 조금 친한 정비사 친구를 제외하면 어느 클랜에도 가입하지 않은, 좋게말하면 독고다이고 현실적으로 말하면 가상현실게임에서 조차 아웃사이더 입니다.
오로지 이스터에그를 찾아내기위해 열심히 개발자의 힌트를 찾다가 마치 '유레카!' 스럽게 해결법을 깨닫고
1차 퀘스트를 서버 최초로 완료하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우리 파시발은 아르테미스를 만납니다. 그리고 성별도 직업도 나이도 모른채 아바타만 본 아르테미스에게 랜선사랑에 빠지게 되죠.
지금까지 서술한 영화 내용이 리얼한 가상현실이라 일어나는 일들일까요?
사실, 주인공의 행보는 서브컬쳐만 파면서 사회성이라고는 없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의 모습입니다.
지금도 세상을 등지고 온라인 게임에만 몰두하는 폐인들이 많으며, 이성과 제대로 된 교류가 없는 게이머들도 많습니다.
잠깐 보이스톡으로 같이 게임하다가 혼자서 쉽게 랜선 사랑에 빠지는 일도 비일비재 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와 게임을 안다고 해서 몰입할수 있는 영화가 아닌듯 합니다.
그 정도 레벨이어 봐야 그냥 숨은그림 찾기만 할수있고 영화의 흐름에 몰입을 할수는 없습니다.
게이머와 오타쿠를 넘어서서 어느정도 사회부적응자 경험이 있어야, 오아시스 제작자와 주인공의 심경에 공감이 가게 될겁니다.
랜선연애, 넷카마, 게임에선 실명 안밝히기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해왔다면 이해가 되는 환경과 더불어서
게임안에서는 쎈척 하며 나는 내 선택으로 현실을 등지고 산다고 말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다가가는 용기 그리고 후회들
그 누구보다 현실에서 웃고싶은 방구석 폐인의 감성이 들어있어요. 저는 마치 제 이야기를 보는듯,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듯,
온라인게임에 빠져 살았던 그 시절의 제 기분이 영화에서 나오더군요. 결론적으로, 이러한 찌질이 감성에 더해서 매니악한 지식이 없다면
이성과 접점이라고는 없던 사람이 멜로영화에서 공감하기 힘들듯
일반적인 사교 생활을 해오고 온라인 게임과 거리가 먼 사람들입장에선 각본이 유치하고 이해가 안갈수밖에 없을겁니다.
제게 이 영화는 마침내 크게 성공한 덕후가 '자 봐봐 너의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었어. 실컷 좋아하렴' 이라고 말하는듯 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잡 지식이 많고 게임만 할줄아는 히키코모리도 세상을 구할수 있으니 찌질이들이여 힘내라!' 하는 영화이냐?
마냥 그렇진 않아요.
정신차리라는 메세지가 들어있습니다. 가상의 세계에 목메지말고 진짜 현실을 살아가라.
과거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극장판에 난데없이 실제 극장의 모습을 비추는것처럼,
히키코모리들에게 현실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한가지 재밌는건 이 영화는 그 상황을 스스로 나와서 현실로 나가는 경험이 있으시다면 크게 공감이 된다는거에요.
만약, 제가 아직까지도 하루종일 온라인 게임만 붙들고 사는 인생이었다면, 이스터에그와 패러디만 찾는 수준에서 그쳤을 겁니다.
주인공은 게임 개발자의 과거에서 본인을 보았고 그렇게 되지 않겠노라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둘에게 제 자신을 투영하며 봤습니다.
누군가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 어떻게 사람에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을때의 감정,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용기 내기 힘든 제 자신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주인공은 게임 운영권을 받은뒤, 일주일에 두번 서버를 닫습니다.
그냥 게이머를 찬양하는 영화라면 이런 결말을 넣었을리 없겠죠. 현실에서도 무언가를 성취하고 살아가라는 겁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관객이 해온 게임, 보아온 영화, 즐기던 만화를 때려박아 상상을 실현시켜주며 너가 그동안 봐온게 헛된게 아님에 대한 쾌감을 주는 동시에
문 밖으로 나가서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 입니다.






덧글